버섯의 포자분산법 및 분산
버섯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곰팡이 균의 한 종류이며 미생물로 분류됩니다. 하지만 버섯은 우리의 눈으로도 쉽게 볼 수 있는 ‘몸체’를 가진 미생물로서 ‘균사’라 불리우는 세포의 집합들이 모여 만들어집니다. 버섯은 대개 땅이나 고사목의 기질에서 ‘균사체’로 지내다가 어느 특정한 환경조건에서 성장하여 ‘자실체 (버섯)’를 형성합니다. 균사체는 ‘자실체’의 크기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게 퍼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로 미국의 오리건 주에서 발견된 뽕나무버섯 (Armillaria mellea)의 균사체의 경우 그 크기가 9.65 ㎢나 되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생물체로 기네스에 올라가 있다고 하며 DNA 해석을 통해서 추정 연령이 2,400세라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버섯이 균사체로 성장하여 널리 퍼져나가는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습니다.
예로부터 벼락이 떨어진 곳에는 버섯이 잘 자란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균사에 전기 자극을 가했을 때 버섯 자실체 발생이 증가하였다는 연구논문을 통해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버섯 자실체는 빛과 저온, 습도와 이산화탄소량의 변화 등이 계기가 되어 발생하지만 상처와 같은 물리적인 자극도 버섯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한 예로 1766년 유중임이 쓴 ‘증보산림경제’에는 강원도 지방에서 이루어진 ‘바람 표고 재배법’을 소개하면서 골목에 도끼자국을 내어서 표고를 발생시켰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버섯의 자실체는 식물의 꽃에 흔히 비유되는데 꽃은 식물이 번식을 위해 종자(씨앗)를 만들기 위한 구조체로 버섯의 자실체는 바로 식물의 종자에 해당하는 ‘포자’를 만들기 위한 구조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로 말징버섯속의 한 종인 Calvatia gigantea의 경우 포자를 자실체 안에 약 7조개나 만든다고 하니 매우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대량의 포자를 생산하는 버섯들을 포함해서 대개의 버섯들은 공기 중에 포자를 노출시켜 바람이나 중력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널리 퍼지게 하거나 비에 씻겨 떠내려 보냅니다. 예를 들면, 말불버섯류(Lycoperdon spp.)의 경우 자실체의 가운데 부분에 구멍이 있어 비가 오거나 외부의 자극이 있을 때 이 구멍에 통해서 다량의 포자가 공기 중으로 방출되며 말징버섯류(Calvatia spp.)나 어리알버섯류(Scleroderma spp.) 등은 자실체가 성숙하면서 자실체의 외벽이 무너지면서 다량의 포자를 공기 중으로 노출시킴으로써 분산시킵니다.
곤충 등의 무척추동물이나 동물의 표면에 포자를 묻혀 분산시키는 버섯들도 있습니다. 말뚝버섯(Phallus impudicus)이나 세발버섯(Colus schellenbergiae) 같은 말뚝버섯과(Phallaceae) 버섯은 고약한 냄새를 풍겨 벌레를 유인한 다음 점액질의 포자를 벌레의 몸에 묻혀 다른 곳으로 운반시킵니다. 자낭균에 속하는 버섯들 (Ascomycetes) 또는 목이버섯과(Auriculariace)의 경우 포자의 표면에 돌기나 점액질이 분비되어 쉽게 다른 동물이나 벌레에 묻힐 수 있습니다.
동물의 장을 통과해서 분산하는 버섯들도 있습니다. 보통 트러플(truffle)이라고 불리우는 서양송로의 경우 자낭균에 속하는 식용버섯으로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고급 식재료입니다. 트러플에 속하는 버섯들(Tuber spp.)은 대개 땅속에서 발견되며 특별한 냄새를 풍기는데 이 냄새가 동물을 끌어들입니다. 이를 섭취한 동물의 장에서 이 버섯류의 포자들은 거의 아무런 변화가 없이 통과하며 대변을 통해 다른 곳으로 퍼지게 됩니다.
버섯의 번식에 있어 개미 등과 같은 사회성 곤충과 공생하여 살아가는 버섯이 있습니다. 부후고약버섯속(Athelia spp.)에 속하는 버섯 중에는 흰개미(Reticulitermes 속)의 알과 비슷한 균핵(sclerotia)의 일종인 터마이트 볼(termite ball)을 만들어 흰개미의 둥지에서 번식한다고 합니다. 이는 곤충과 곰팡이 사이의 공진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알려졌는데 아직까지는 터마이트 볼을 생성하는 균의 생활사가 밝혀지지 않아 좀 더 연구가 필요합니다.
자낭균에 속하는 컵형 곰팡이(cup fungi; e.g. Cyttaria, Morchella, Leotia etc.) 중에는 능동적으로 포자를 분산시킵니다. 예로 주발버섯속(Peziza)의 하나인 Peziza cerea의 경우, 자실상층(epithecium) 세포내 높은 삼투압을 이용해 포자를 공기 중으로 약 수 센티미터정도 방출시킵니다.
지구상에서 버섯은 버섯의 종류 및 환경에 따라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수동적으로 포자를 분산시킬 뿐만 아니라 능동적으로 분산시키고 때로는 균사체, 균핵 등을 통해 번식합니다. 또한 버섯은 생태계에서 분해자로서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여러 생물들과 공생하며 생태계 유지에 큰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어떻게 번식하고 살아가고 있는지 연구하는 것은 매우 가치있는 일이며 매우 흥미로운 일임에는 틀림 없을 것입니다.